본문 바로가기
hobbylog

[책/리뷰] 스토너 - 존 윌리엄스

by rumilog 2021. 8. 29.

" 넌 무엇을 기대했나 "

 

최근 선물 받아 읽게 된 소설 '스토너'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친구에게 주는 편지처럼 편하게 작성했다.

 

책 <스토너>

 

 

평범함

    스토너라는 인물의 인생을 대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낸 소설이라는 건 책의 첫 페이지만 읽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첫 부분만 읽고도 전체 줄거리를 아는 척 할 수도 있다는 뜻. 초반부, 시골 출신인 그가 대학에 입학하고 영문학에 열정을 느끼고 대학원에까지 진학하며 공부하고자 했던 그런 이야기들, 사실 그런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워낙 나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속도가 느려서 초반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서 책이 조금은 지루하고 평범하게 느껴졌고 뭐가 더 없나 내가 읽은 것들을 의심하고 다시 보면서 천천히 속도를 냈던 것 같다. 실은 좋은 평가를 받은 소설이라고 하면 엄청난 무언가가 담겨있을 거라고, 독서를 즐기지 않는 나도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바라보게 된다. 평가라는 건 워낙 주관적인데도 말이다.

 

 

복잡함

    흥미를 부르는 데에는 역시 연애스토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 정말이지 학문밖에 모를 것 같은 스토너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영문학에 쏟았던 자신의 시선을 조금씩 상대에게 나누어줄 때 나도 책이 술술 읽혔다. 스토너가 처음으로 평범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의 연애와 결혼이야기는 사랑과 행복, 후회와 자책, 그리고 안도로 복잡하게 다가오면서 인물과 나를 거리 두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연애 초짜라 그런가)

 

신기함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적은 처음이다. 주변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의문스러움과 동시에 스토너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는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고 제대로 분노하지도 않았다. 전형적으로 주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처음에는 독자인 내가 대신 싸워주는 느낌이라면(마치 드라마를 보고 악당한테 욕하는 것처럼) 나중에는 스토너의 성향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는 항상 A를 잃으면 B라는 대체제를 찾아 삶에 만족감을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매번 비슷한 에피소드의 흐름이었지만 늘어지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처 슬론이 스토너에게

 

솔직함

    책을 모두 읽고 나서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말에 대한 슬픔 그러나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다. 그렇게 답답했는데, 왜 그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하냐고. 그런데 끝은 만족이라니.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스토너의 삶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확인했었다. 작가는 그가 영웅이라 말하고 많은 독자들은 실패한 삶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읽고 판단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스토너가 잘 살았는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바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죽을 때 나는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의 말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다. 너는 너의 삶에서 무엇을 기대했니? 너는 죽을 때 무엇을 기대했니? 삶에서의 기대와 죽음에서의 기대가 일치하니? 늘 그렇게 말하곤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 무엇을 하든지 널 위한 일을 해. 그런데 막상 무언가를 할 때는 그 목적을 잊어버리곤 한다. 공부든 일이든 심지어 연애까지도. 내가 왜, 무엇을 위해서 내 시선을 내 열정을 그곳에 나눠주고 있는지 말이다.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러니까, 사회가 그러니까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죽기 직전까지도 내가 나에게 기대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하게. 우리 할 수 있잖아?

 

그래서 한줄평. 나에게 <스토너>는 평범한데 복잡하고 신기한데 솔직한 책이다. 끝!

 

 

thank you, maejju

'hobby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14) 2020.09.18

댓글